‘오징어 게임’과 한국의 현실

전 세계에서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불고 있다. ‘오징어 게임’ 덕분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9월 23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드라마이다. 11월 7일까지 47일 동안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 1위에 올랐다.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유튜브 영상 조회 수도 그간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해 온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앞섰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흥행 덕분에 3분기 신규 가입자가 440만 명이나 늘었고, 제작비 253억 원을 투자해 40배 가까운 1조 원 이상의 효과를 누렸다.

‘오징어 게임’은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과 언론이 언급하듯이 매우 잘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스토리, 세트, 음악, 연기 등 드라마의 주요 요소들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강점은 서사의 단순함에 있다. 사회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실패한 인물들, 즉 사회적 낙오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거액의 상금을 걸고 생과 사를 가르는 게임을 수행한다는 서사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소개하는 게임들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규칙들을 가진 것들이어서, 한국의 전통적인 게임이지만 외국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오징어 게임’은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장점을 가진 드라마이다. 그래서 전 세계 시청자들이 열광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스토리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그 위에 보다 복잡한 이야기의 구성을 더했다. 예를 들어 각각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스토리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각 개별 인물들의 사정에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매회 예상 가능한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도록 부단히 새롭고,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들과 게임의 규칙들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다면적 드라마 구성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고, 그것이 전 세계인에게 통하는 보편성을 가졌다는 점이 흥행의 주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은 참가자 숫자와 일치하는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생사를 가르는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다. 참가자들은 최후의 승자가 되어 일확천금을 얻고자 죽기 아니면 살기로 극한 게임에 도전한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빚에 쪼들려서 현실의 극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첫 게임을 치르고 난 뒤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대부분은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선택을 한다. 그들이 처한 현실이 게임 속 상황보다 더 처절하고 극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은 극한 상황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것이 많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기에 국적에 상관없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요소가 되는 것은 씁쓸하게 느껴진다.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어떻게 왜곡된 삶을 살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준다. 사람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진 주인공도 경쟁 사회에서 궁지에 몰리고 되고, 변모하게 된다. 제6화 ‘깐부’ 편에서는 두 명씩 짝을 지은 깐부끼리 경쟁하게 만든다. 깐부끼리 서로 경쟁해서 이긴 사람은 살고, 진 사람은 죽는다.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서글퍼 보인다. 주변의 친한 동료들과 경쟁하기를 강요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 그것은 대학이라는 곳도 마찬가지다. 성적과 성과로 평가받고, 동료들과 끊임없이 경쟁하기를 강요받고 있다. 이것이 정말로 올바른 모습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이 거둔 성과에 환호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과연 올바른 모습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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