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보는 거지, 한 번 부딪쳐 보는 거야

가끔 시간이 지난 노래를 우연히 흥얼거릴 때가 있다. 어느날 듣고 싶은 노래가 생각이 나 휴대폰 전원 버튼을 눌러 검색했었다. 그렇게 재생목록에 담아두고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이 노래가 나온 지 벌써 6년 전이다.

하루하루 사는 게 왜 이렇게나

자꾸 힘이 드는 건지 나도 잘 몰라

사는 게 뭐 그런 거지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한 번 부딪쳐 보는 거야

노래를 처음 들을 때 멜로디를 먼저 듣는 사람과 가사를 먼저 읽어보는 사람으로 나뉘는데 나는 전자로 이 노래 역시 가사를 뒷전으로 멜로디에 집중해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가사 내용이 궁금해 정독한 적이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신들의 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가사에 녹여냈다. 그때의 나는 당연히 가수의 입장으로 받아들였고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열심히 노력한 끝에 원하는 꿈을 이뤘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 오랜만에 다시 가사를 찬찬히 읽어보는데 가수의 관점이 아닌 나의 관점으로 바꿔 다르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언제 부딪치면서 살아봤나?’

저 먼 과거로 떠나는 건 무리였고 대학 생활하면서 그런 적이 있었나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입학식, 동기유발, 첫 수업, 몰아치는 과제들로 정신없는 4년을 보내왔다. 그래도 이 모든 것보다 가사를 보고 생각이 들었던 질문의 답은 학교 축제 촬영이라고 말하고 싶다.

항상 학교 축제는 처음 보는 풍경에 설레는 신입생들부터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학생들, 동기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모습까지 다른 때보다 학교 운동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첫 축제로 한껏 들뜬 신입생들 중에서 나는 과주점을 돕기도 했지만 축제 중계 촬영도 했었다. 그 당시에 축제 중계를 신문방송국에서 했었고 어느 큰 지역 행사 무대에서 앞뒤로 자리하고 있는 카메라 담당 일을 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중계하면서 내가 해보고 싶은 구도대로 촬영하기도 하고 카메라 기능들을 만지면서 재밌게 촬영했다. 이때 이후에는 중계 기회는 없었지만, 이 경험을 통해 카메라랑 많이 친해졌고 촬영 실력이 훨씬 늘어났다는 걸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내가 3학년 때, 국장으로 역임하고 있을 당시 축제 취재만으로 부족한 것 같아 국원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면서 축제를 기록으로도 남기면 좋을 것 같아 회의 때 “우리 축제 공연 촬영합시다!”라고 무작정 말했었다. 그런데 준비하면 할수록 너무 대책없이 맞섰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한마디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그냥 단순히 촬영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기획부터 촬영 장비가 얼마나 필요한지 파악하고 편집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일정을 어떻게 짤 것인지 등을 다 생각하고 계획해야 한다는 걸 준비하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점점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아졌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커졌다.

축제 공연 촬영은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았다. 카메라를 높게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급하게 책상을 들고 와 위에 올라가기도 했고, 촬영 중간에 잠시 얼었던 손을 녹이기도 했다. 촬영 끝나자마자 촬영한 데이터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축제 마지막 날까지 정신없이 살았었다. 또 영상을 편집하면서 파일이 중간에 없어져 찾기도 했고 갑자기 편집 프로그램이 오류도 나면서 꽤나 고생했었다. 그러다 마지막 영상까지 편집 후 신문방송국 페이스북에 업로드를 눌러 업로드 완료라는 글을 보면서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업로드된 영상이 재생되는 모습만 뚫어져라 보는데 여태 준비했던 우여곡절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국원들과 함께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과 끝났다는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맨땅에 헤딩했지만, 하나하나 촬영 준비 과정들을 배울 수 있었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축제 촬영을 해보고 싶은데 할 수 있을지 망설이다가 포기했더라면 평생 마음속에 담아두고 꺼내면서 후회했을 것이다.

신문방송국 활동을 해온 지난 4년 동안 무작정 부딪쳤던 일들이 많았다. 취재나 촬영, 편집 등 내게 주어진 일을 하며 많은 것들을 배웠고 이런 기회는 누구도 할 수 없는걸 알기에 더 값지고 소중하다. 이제 졸업을 하면서 후배들이 나를 다음으로 신문방송국을 이끌게 된다. 국원들에게 앞으로의 신문방송국을 잘 부탁한다고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국원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저 쉽게 하려 하지 말고, 고르려고 하지 말고 뭐든 해보길 바란다. 두렵다고 걱정이 앞서 주저한다면 결국 얻어 가는 것은 없다는 걸 내가 직접 느꼈으니까. 비록 완성된 모습을 봤을 때 부족한 점이 보일지라도 그 과정 속에서 하나라도 얻은 것이 있다면 한 걸음 걸어나간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오피니언

이바구

    캠퍼스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