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국 기자 김주언] 과정이 주는 선물

▲우리대학 신문방송국 김주언기자
▲우리대학 신문방송국 김주언기자

작년 9월 26일, 내가 신문 방송국에 처음 들어왔던 날이다. 우연히 같은 과 친구의 추천을 받아 어느덧 나는 TU-TIMES의 일원이 되었다. 수습 국원에서 정식 국원이 되기까지 5개월이 걸렸고, 지금 나는 4개월째 TU-TIMES의 정식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부터 나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9개월, 약 270일 또는 6481시간이라는 과정이 가져다준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결과가 더 중요한가?’, ‘과정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여러 답변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리 세상은 아직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시험 점수, 합격 여부 등 눈에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지난날의 나 또한 ‘결과만 좋으면 됐지’라는 생각 때문에 과정에서 놓치는 것들이 많았던 어쩔 수 없는 결과주의자였다.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이런 생각들은 우리 사회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해도 그 ‘열심히’에 주목하지 않고 ‘결과’만으로 평가를 하는 사회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예능 <선 다방>에 출연한 한 여성분이 “꽃을 선물받는 건 남자가 꽃집에 가서 어색해하는 순간까지 다 포함된 선물이래요. 남자가 얼마나 큰 어색함을 무릅쓰고 꽃집에 갔을 거며 꽃을 사기까지 얼마나 민망했을 거예요. 그래서 꽃 선물은 꽃집으로 갈 때까지 여자를 생각하는 그 마음들이 담겨 있는 선물이래요. 그래서 여자들이 꽃 선물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꽃이라는 결과가 아닌 선물을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이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지난날의 나를 많이 되돌아봤다.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 조별 과제에서는 하지 않는 팀원을 독려하고 함께 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다 맡아서 해버렸다. 팀원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뻔히 알았지만,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모른척했다. 신문방송국에서는 정식 국원이 되고 싶어서 주어지는 일만 닥치는 대로 했다. 하지만 이젠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서 허우적거리고 스트레스받았던 날을 뒤로하고, 나도 저 여성분처럼 과정에 집중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정식 국원이 되고 나서부터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안에서 받은 선물을 말해보려 한다. 내가 속한 영상제작부는 새로운 수습 국원이 들어오고 나서 인원이 많아졌고, '물냉팀'과 '비냉팀' 두 그룹으로 나눠서 영상 제작을 진행했다. 과거의 나라면 "처음 영상 편집을 시작한 수습 친구들보다 손에 익은 내가 하는 게 더 빠르니깐" 이란 생각을 하며 내가 주도적으로 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수습 국원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다. 그때 같은 팀이었던 나영이, 동희, 재경이, 용준이, 상민이가 열심히 배우고 편집 하는 걸 보니 난 뿌듯함을 느꼈고,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내가 빠르게 영상 편집을 하고 집에 갈 수 있는 결과를 포기하고 느리지만 함께하는 과정을 택한 것이다. 장작 6시간 동안 '그 친구들과 함께 영상을 만든다는 과정'에 집중하니깐 전에는 몰랐던 ‘뿌듯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내가 총괄을 맡아 전 국원들과 신문방송국만의 자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기획부터 연출, 소품 준비까지 내 손이 거치지 않는 데가 없다. 그렇다 보니 부담도 되고 또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전과 다르게 다 만들어졌을 때의 결과보다는 준비하는 지금의 과정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프로그램 이름도 다 같이 정하고 세부적인 내용도 다 같이 의견을 내서 투표로 결정하는 등 차근차근 함께 해나가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난 ‘함께하는 기쁨’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 요새 준비하는 과정이 즐겁고 얼마나 재밌는 프로그램이 제작될지 기대된다.

나는 ‘좋은 결과는 과정이 나쁘다?’, ‘과정이 좋으면 결과가 나쁘다?’라는 말은 누군가 정해놓은 말뿐이라고 생각한다. 과정은 내가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고 결과는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르는 것이다. 앞으로 나는 어떤 결과가 오든 그 결과가 오기까지의 과정이라는 여정을 계속 가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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